김지석, 올레배 첫 결승 진출
 

김지석 9단이 난생 처음 olleh배 결승에 올랐다.

13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13 olleh배 바둑오픈챔피언십 4강(6라운드)에서 기준랭킹1위 김지석이 4위 이창호를 257수 만에 흑불계로 꺾었다.

김지석 9단과 이창호 9단의 맞대결은 야릇했다. 한국랭킹 3위의 20대 기사로 57승16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김지석이 절대 우세한 것은 당연했지만 이창호 역시 근래 바둑 내용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지난달 21위였던 이창호의 랭킹은 이달 들어 16위로 올라섰다.

4강전에서 기준랭킹 최하위인 이창호는 전성기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유장한 포석으로 시작했고 중반엔 숨막히는 패싸움을 펼쳤다. 팻감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순에 문제를 보이면서 김지석이 가운데 두터움을 차지해 앞섰다. 이후에도 이창호는 패가 나지 않는 자리를 나는 것으로 착각하고 치중하는 등 몇 가지 실수를 더 해 집 차이가 계속 벌어졌다.


▲ 김지석은 이창호와 대국이 끝난 뒤 10분 가량 이창호와 복기를 했다.

김지석은 사활, 패, 끝내기와 관련한 싸움에서 정교했다. 이창호가 하변 패를 키울 때는 김지석으로서도 골치가 아픈 국면이었는데 이창호 수읽기의 허점이 보이자 이를 찔러 단숨에 승기를 틀어쥔 것이 돋보였다. 김성룡 해설위원은 “누구의 판단력이 우세하느냐를 묻는 바둑이었다.”고 감상을 말했다.

바둑이 끝나고서 김지석은 “초반에는 내 실리가 커서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중반부터는 (패가 난무하는 등 어려운 변화가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김지석은 14일 펼쳐지는 다른 4강전 이세돌vs목진석 승자와 우승컵을 다툰다.

olleh배는 국내기전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랭킹 차등시드제’와 ‘매 회전별 자동대진,‘본선 100걸전'등의 파격적인 대회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예선에는 시드배정자 21명을 제외한 프로기사와 64강 토너먼트(연구생 34명 + 입단 포인트 상위 6명 + 아마랭킹 24명)로 열린 아마선발전 통과자 8명 과 프로기사 267명이 출전했었다

2013 olleh배 상금은 국내 최고금액이다. 총규모 8억원에 우승 상금이 1억 2,000만원(준우승 상금 5,000만원)이다. KT가 후원하고 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공동주최하며 제한시간은 1시간에 초읽기 40초 3회를 준다. 지난기 결승에선 이세돌 9단이 최철한 9단을 3-1로 꺾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 패의 시작. 오른쪽 아래 흑 진영에서 이창호가 패를 걸면서 파란이 시작됐다.


▲ 둘째 패. 이 패 공방에서 이창호가 성공했으면 승부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 이창호의 마지막 패 노림은 불발됐다. 아니 패가 아니었다. 먹여치고 단수치면 기본적으로 패가 나는 자리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흑이 뻗음은 1선으로 기어 사는 수를 남기고 있다. 즉 패가 나지 않는다. 이창호의 착각이었다. 이런 착각은 착각치고는 크다. 이에 대해 김지석은 “초읽기에 몰리셔서 그렇다. 초읽기에 몰리면 얼마든지 더한 착각도 나온다.”고 말했다.



▲ 이창호와 김지석이 대국석으로 향하고 있다.


▲ 자리를 찾아가는 김지석.


▲ 이창호도 자리에 앉고 있다.


▲ 계시원은 대국 개시 선언도 맡고 있다.


▲ olleh배의 초읽기는 1회를 다 쓸 때마다 박스가 하나씩 내려 간다.


▲ 대국이 시작된 뒤 초시계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교체하고 있다.


▲ 왕의 화려환 귀환을 바라는 올드팬이 많았을 것이다. 이창호는 후배 김지석과 아주 거칠게 싸웠고 신선한 발상을 보여줬지만 몇 차례의 판단 착오로 서서히 무너져 갔다.


▲ 예전 이창호의 트레이드 마크이던 포커페이스는 사라진 지 오래다. 즐거운 형세면 여유 있는 표정이고, 괴로운 형세면 머리를 만지거나 눈을 질끈 감기에 누가 봐도 알아챈다.


▲ 반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지석. 천적 박정환 9단한테 최근 시달리고 있다. 이달 국수전 4강전과 천원전 4강전에서 만나 연거푸 졌다. 역대전적 3승13패. 난공불락의 파이터 김지석에게 이런 천적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하다.


▲ 김지석은, 진다면 각종 기전 4강전에서 3연패 하는 것이었고, 이창호로선 올해 마지막 대국이었다. 두 사람 모두 절대 물러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