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이었다. 즐긴다는 마음은 솔직히 갖지 못했다.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대국 후 이세돌은 이렇게 말했다. 모처럼 밝은 얼굴을 보여주었다. 국내기전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는 무려 4년 만에 우승컵을 쥐게 됐다. 2002년 LG정유배(현 GS칼텍스배) 우승 이후 그는 어쩐 일인지 국내기전 타이틀과는 영 인연이 멀었다.
2-0의 스코어. 내용 또한 완승이었다. 누구나 이세돌의 우승을 예감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니 ‘과연! 이세돌’이다 싶었다. 두 판의 바둑을 통해 이세돌은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
‘나, 이세돌이야! 나, 이세돌이라고!!’
〈실전〉 백10까지는 낯이 익다. 1년 전쯤 이세돌의 절친한 후배 최철한의 바둑에서 나온 모양이다. 당시 실전은 〈복기1〉이었다. 하지만 이세돌은 이 바둑에서 수순을 틀었다. 〈실전〉 흑11이 바로 그것. 〈복기1〉의 변화에 대해서는 최원용도 빠삭하게 꿰고 있으리라 생각한 때문이다.
흑13도 그런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복기2〉의 흑1로 두는 변화. 과거 이세돌이 조혜연을 상대로 둔 바둑이다. 당시 이세돌은 흑1로 두어 7까지 죽죽 밀어붙였다.
계속된 이세돌의 인터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초반부터 많이 유리했다. 바둑이 너무 좋아서, 지기 힘든 바둑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매력은 솔직함에 있다. 때로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내뱉은 말의 검날에 손가락을 베어도, 그는 싱긋 웃어버리고 만다. 그의 팬들은 그래서 그를 좋아한다. 그의 솔직함에 중독돼 버린다.
“최근에는 지면 안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바둑을 두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부담감이 성적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우승을 했으니) 이제 … 편하게 둘 수 있을 것 같다.”
2-0의 스코어. 내용 또한 완승이었다. 누구나 이세돌의 우승을 예감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니 ‘과연! 이세돌’이다 싶었다. 두 판의 바둑을 통해 이세돌은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