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국내 프로기전의 시상식으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였을 듯싶다. 수상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한 하객만 300명을 넘어섰다. 기전의 시상식이라기보다 하나의 바둑축제를 보는 듯했다.
우승자와 준우승자를 축하하기 위해 8강에 든 선수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 자리에는 이창호도 있었다. 그가 수상자가 아닌 축하객의 한명으로 시상식 무대에 오른 일은 초유의 사건(?)이다.
그의 축하인사를 받는 이세돌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만든다. 정상의 선배가 건네는 덕담 한마디는 후배의 영혼에 기름을 배게 한다. 살지고 성장하게 만든다.
흑1에 백2로 덜컥 막은 수를 최원용이 후회했다. 〈복기1〉의 백1로 단수쳐 흑2를 강요해 놓은 뒤 3으로 막아야 했다는 것이었다. 실전처럼 1의 자리에 흑돌이 놓이게 되어선 훗날 흑이 a로 나왔을 때 b의 약점이 크게 노출되고 마는 것이다.
곧이어 둔 백6도 크게 후회했다. 〈복기2〉의 백1·3으로 버텨야 했다는 것. 이후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무조건 이렇게 두어놓고 봤어야 했다는 얘기였다. 흑7로 잇는 순간 최원용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승부는 끝났다.’
뱃속은 마그마처럼 뒤끓었지만 그의 입에는 미소가 살짝 스쳤다.
‘지금 나는 이세돌과 마주하고 있다. 그것도 정상의 무대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지금부터 가는 길은 결코 부끄러운 길이 아니다. 이제부터의 바둑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내 육체와 정신이 아낌없이 보여준 강인함에 대한 찬사와 위로의 시간이 될 것이다.’
최원용은 흑11을 보며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지극히 날카로운 수. 마치 가슴이 베이는 것만 같다. 그 화끈한 통증을 사랑하며, 그는 반격을 위한 수읽기에 들어갔다.
그의 축하인사를 받는 이세돌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만든다. 정상의 선배가 건네는 덕담 한마디는 후배의 영혼에 기름을 배게 한다. 살지고 성장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