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서 기쁘다. 이것으로 무관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하반기에는 세계무대에 집중할 것이다. 도요타덴소배와 삼성화재배, 그리고 춘란배가 남아 있다. 어떤 것이든 하나 정도는 우승을 하고 싶다.”
그가 무관이었던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세돌이라면 적어도 타이틀 한두개쯤은 늘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세돌이란 이름은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자 타이틀인 시대다.
〈실전〉 백3은 어쩔 수 없다. 〈복기1〉의 백1로 두었다가는 백 전체가 몰살하는 참극이 벌어지게 된다. 백15가 묘수였지만 안타깝게도 도도한 대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미미하다. 이미 운명은 정해진 것이다. 보통은 〈복기2〉의 백1로 단수치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문제는 흑2. 백은 더 이상 해 볼 데가 없어져 버린다.
만물의 법칙 제1조.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
본격 기전으로 거듭난 제2기 한국물가정보배는 결국 이렇게 한명의 영웅을 탄생시키며 대장정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영웅의 이름은 물론 이세돌이다.
오직 하나. 그를 위해 마련된 왕좌에 앉으며 그는 환한 웃음을 뿌렸다. 그것은 승자의 웃음이다. 최후의 웃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돈과 영예, 그는 이 모든 것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위해 손바닥이 달아오르도록 박수를 쳐 주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다. 또 하나의 전설을 쌓은 대영웅에 대한 경배다.
이 바둑이 두어지고 한달 뒤, 이세돌과 동갑내기 부인 김현진씨 사이에 딸이 태어났다. 이세돌은 삼성화재배 출전을 위해 유성연수원에 있다가 부인의 순산 소식을 들었다. 그는 부인와의 통화에서 특유의 앳된 말투로 짧게 고마움을 표했다.
“고생했어, 고마워.”
장장 5개월. 그 뜨거웠던 열정의 순간들을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그는 전하고 싶을 것이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실전〉 백3은 어쩔 수 없다. 〈복기1〉의 백1로 두었다가는 백 전체가 몰살하는 참극이 벌어지게 된다. 백15가 묘수였지만 안타깝게도 도도한 대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미미하다. 이미 운명은 정해진 것이다. 보통은 〈복기2〉의 백1로 단수치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문제는 흑2. 백은 더 이상 해 볼 데가 없어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