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한국물가정보배 프로기전 예선결승 하이라이트
○ 박영훈 9단 ● 김환수 2단

		예선은 터널이다. 어둡고 칙칙하고, 음울하다. 승(勝)과 부(負)만이 남을 뿐, 본선으로 가는 마지막 판 정도가 아니면 한장 기보조차 남지 않는다. 보아주는 이 하나 없는 외로운 승부가 한 판 한 판 묵묵히 제 길을 갈 뿐이다. 오로지 선택받은 자만이 터널을 나설 수 있다.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터널 속을 걷고 또 걸어야 한다. ‘나는 나갈 수 있다. 나는 나갈 수 있다'고 한 줄기 희망을 만트라처럼 되뇌며, 그들은 기꺼이 어둠의 길을 걷는다.
<복기>

터널 속을 나서면 눈부신 대지가 시야를 채우게 된다. 최고의 무대가 조명을 밝힌 채 대국자를 기다리고 있다.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관객들의 숨소리는 점차 고조돼 가고, 터질 듯한 흥분을 뒤로한 채 천천히 무대를 향해 나아간다.

오직 이 한판.

본선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국경을 넘는 여행자의 심정이 돼 다시 한 번 수를 되읽는다. 본선의 무대가 가슴에 일렁인다.

실전 백2로 치받은 수가 이상하다. 마땅히 <복기〉백1로 끊었어야 하지 않을까. 흑2로 단수치면 3으로 늘고, 5와 7을 둔 뒤 9로 큰 자리로 날아간다. 깔끔하게 모양이 처리된 데다 큰 곳마저 두었으니 불만이 있을 리 없다. 미학적으로 봐도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실전처럼 그냥 백1로 치받고 흑9까지 되고 보니 백이 억울하다. 모양도 좋지 않은 데다 그렇다고 선수도 아니다.

‘주도권이 넘어 왔다.'

김환수가 빙긋 웃었다.

〈김영삼 7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