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

유창혁 9단과 헤어지고, 한국기원 4층 기사실에 올라오니 최철한이 있었다. 최철한이 나를 보더니 얼굴부터 구긴다.

“으… 죄책감이 들어요.”


그렇다. 최철한은 이날 말도 안되는 바둑을 이긴 것이다.

우상에서 백이 쫓겼다. 이럴 땐 무작정 36계가 일반적인데 최철한은 오히려 흑을 핍박하고 나섰다. 실은 그러는 척하며 활로를 자연스레 찾으려는 고급 수법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흑은 왜 5로 나와 7로 끊었을까? 〈복기〉 흑3으로 두면 백을 잡을 수 있지 않은가?

잡을 수 있다. 문제는 흑 석점이 중앙으로 탈출을 해야 하는데 이 틈에 백의 외벽이 두터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좌변의 흑 대마가 위험해져 버린다. 이런 데서 백을 잡는 상황을 두고 프로들은 말한다.

“쥐약을 먹는 거지요.”

〈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