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와 강수가 폭발한다. 살(殺)의 검이 번뜩인다. ‘검에게는 눈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 어떤 고수라 해도 검에 찔리면 목숨을 잃는다. 눈먼 검에 찔리면 아픔이 더할 것이다.

백이 흑을 잡으러 갔다. 예의 ‘모 아니면 도'식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최철한이 흑2를 미처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복기1〉의 흑1로 다짜고짜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면? 백8까지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좌변의 흑이 죽게 된다. 일단 말이 안되는 그림.

실전 백3을 두어야 하는 최철한의 가슴이 갈가리 찢긴다. 흑10까지 백 석점이 거꾸로 잡히고 말았다. 한마디로 백이 망했다. 사실상 바둑은 여기서 끝나야 했다.

〈복기2〉의 백2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비극이다. 흑1과 백2의 교환이 있기에 백이 8로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미치고 환장할 일이란 이럴 때를 두고 쓰는 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