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오는 동안 에피소드가 있었다.

좌하귀에서 송태곤이 사활 관계로 흑집에 가일수를 했는데, 이 흑은 본래 살아 있는 돌이었던 것. 송태곤은 손 빼면 죽는 것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수가 공짜로 놀게 돼 치명적인 손해를 보는 게 정상이건만, 재미있는 사실은 송태곤이 둔 수가 약간의 끝내기와 중앙 맛 등의 이유로 한수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자리였다는 것. 명백히 죄를 저질렀음에도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셈이니 이 아니 기쁠손가.

흑1로 잇는 데까지, 바둑은 복잡해졌다. 계가바둑의 양상이다. 마침내 백2부터 이 바둑의 마지막 승부처가 열렸다.

흑5는 어땠을까?
〈복기1〉의 흑1로 확 씌워 잡으러 가고 싶은 강렬한 유혹. 흑은 백 다섯점을 잡을 수 있지만 이어-
<복기2>의 백12가 선수가 돼 18까지 우하의 흑 대마가 몰살을 당하게 된다. 악마의 유혹. 악마와의 키스는 달콤하지만, 결국 입술을 데게 된다.

밭전자의 급소를 지르고 나온 흑9가 결국 패착이 됐다. 국후 두 사람 모두 이 한수를 최악의 수로 지목했다. 그리고 <복기3>을 제시했다.

〈복기3〉의 흑1로 끊고, 백2에는 3으로 조용히 이어두기. 이렇게 두었다면 미세한 계가바둑이란다.

실전은 백에게 10을 당해 흑이 곤란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