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지의 바둑은 독특한 데가 있다. 얼핏 보면 느리기 한이 없는데, 그러면서도 둘 곳은 다 찾아둔다. 몹시 삼겹살스러운 두터운 바둑이면서도 대세점을 턱턱 찾아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입단 전부터 홍성지에게는 별명이 있었다. 다름 아닌 ‘어린 이창호'.

김원도장 출신으로 올해 아주대학교에 입학한 파릇파릇한 청춘이기도 하다.

흑1에 백이 곱게 3의 자리로 안 받아주고 4로 나와 반발했다. 한마디로 ‘조훈현스러운' 수. 이렇게 해서 이 바둑 최초의 승부처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를 어찌할꼬. 송곳 같은 흑7 한방에 백이 일거에 망가지고 말았다.

〈복기1〉의 백1로 그냥 얌전히 젖히고 3으로 잇는 것이 정수였다. 조훈현 9단으로서는 흑2로 막히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지만, 이렇게 두는 것이 긴 바둑으로 가는 길이다.

‘날일자는 건너붙여라'라는 격언에 따른, 아울러 백의 약점을 들여다보고 있는 양수겸장의 흑7. 바둑판에서 떼었다 다시 놓으며 한 모금의 차 맛처럼 음미했다. 과연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감춰져 있음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