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배가 바둑을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형세가 안 좋으니 어쩔 수 없는 일. 흔들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이쪽도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

백1로 하나 붙여 두고는 3으로 좌상귀를 지켰다.

백5는 눈물을 머금은 후퇴. 가뜩이나 바둑이 좋지 않은데 이런 수를 두고 있자면 마음이 미어질 것이다. 선배에게 미안하지만 바둑은 바둑! 승부는 승부다.

바둑도 안 좋으니 ‘에따, 모르겠다!'(고 조남철 선생의 전매특허였다) 하고 〈복기1〉의 백1로 막아 흑을 잡으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런데 흑이 2·4로 나간 뒤 6으로 끊으면 백은 응수가 없다. 거덜이 나게 된다.

그래도 미련이 남으시는가? 〈복기2〉의 백5로 호구쳐 끊기는 것을 방지해 보겠다고?

그렇다면 흑은 6으로 젖힌다. 흑12까지 백 두점을 잡은 뒤 a와 b가 맞보기. 미안하지만 이 흑은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