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이 천천히 대국장으로 들어섰다.

결혼 후 그는 변화했다.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딘지 무거워졌다고 할까.

외모 또는 말의 많고 적음과는 다른 얘기다. 뭐라 딱히 꼬집기 힘든 모호함에 관한 것. 그것은 안개처럼 하늘거리지만 태산의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바둑 역시 마찬가지. 과거의 날카로움에 무거움을 더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서 더욱 강해졌다. 무서워졌다.

오늘의 상대는 주형욱. 그가 흑1로 붙여왔다. 이세돌의 입가가 살짝 비틀려 솟는다.

‘이것은… 7로 끊어 놓은 만큼 흑의 손해.'

올바른 수순은 〈복기1〉의 흑1로 짚는 것. 백2로 받으면 그제야 3으로 붙인다. 실전처럼 끊지 않고 7로 호구친 뒤 11까지 벌려 처리한다.

이세돌이 주형욱의 얼굴에 시선을 던졌다. 괜찮은 후배.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보통은 적응기가 필요한 법인데, 상대는 곧바로 이번 대회 본선까지 치고 올라왔다. 회복이 빠른 체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