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로 공격의 이빨을 한껏 드러냈다. 백2는 예상했던 비상(飛上). 그런데 흑3으로 젖히고 5로 이은 것이 낯설다. 이른바 주형욱류의 감각이다.

주형욱은 프로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감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선악을 떠난 얘기로,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가 바로 주형욱이다.

본래는 〈복기1〉의 흑1로 두라고 돼 있다(7은 2의 곳). 주형욱의 3·5는 일단 집으로 큰 수. 이렇게 두고도 충분히 백을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한다.

하지만 상대는 천하의 이세돌이다. 자칫 주장은 ‘궤변'으로 흐를 수도 없지 않다. 아니, 가능성이 농후하다.

흑13에 주목. 〈복기2〉의 흑1로 시원하게 밀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상변 백집이 단단하게 굳어져 버린다. 못 둘 것도 없지만 주형욱은 이것이 싫었다.

흑17로 백을 향해 넓게 그물을 던졌다. 주형욱이 빙그레 웃는다.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보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