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황(劍皇)의 검이 본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이었던가.

온 몸의 기혈이 미친 듯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뜨겁게 들끓으며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몸부림을 쳐댔다. 진동규는 웃었다. 그렇다. 이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이었는가.

검황을 향해 검을 겨누는 자신의 모습을 처음 염원한 것이 언제였던가. 지옥 같은 수련의 곤고함을 잊게 해준 단 한장의 그림이 있었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을 그려놓은 것일 터이다.

“그럼….”

포권을 마친 진동규가 검을 빼든 채 전방을 향해 힘차게 달려나갔다. 마침내 꿈의 대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흑1로 걸치자 검황은 백2로 진동규의 요혈을 압박해 왔다. 보통이라면 〈복기1〉의 흑2로 받는 것. 그렇다면 백은 3 정도로 좌상귀를 닫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