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이 결국 탈락을 하고 말았다 합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아뢰었다. 마치 자신이 지고 돌아온 것처럼 죄스러운 얼굴이다.

“결국 그리 됐더냐. 두 번을 내리 졌으니 당연한 일이지. 그나저나 아쉽게 됐구나. 그보다는 더 버텨 내리라 여겼거늘.”

스승이 손짓을 했다. 그러자 제자가 바둑판 앞에 단정히 무릎을 꿇고는 천천히 돌을 놓아가기 시작했다.

“철한이가 흑이더냐?”

“그러하옵니다.”

“계속하거라.”

백4를 본 스승의 미간이 좁아졌다.

“허어! 초식에 너무 얽매어 있구나. 그 정도의 경지라면 초식의 틀은 어느 정도 벗어나 있어야 하거늘.”

“저 역시 백4로 배웠습니다만.”

“초식 자체가 아니라 초식에 담긴 뜻을 새겨야 하느니. 지금은 우하귀 흑이 단단하기 그지없다. 〈복기1〉의 백1이 초식의 마음을 읽은 수다. a 또는 b도 마찬가지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