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야, 이거!”

박영훈이 백1을 향해 손가락을 흔들었다.

“이게 결정타였다고.”

그러고는 〈복기1〉을 늘어놓는다.

“흑1로 끊으면 어떻게 될까? 흑은 백 석점을 잡을 수 있지. 하지만 백 2·4가 훨씬 크거든. 이건 비교가 안돼.”

흑은 여기서 무너졌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박영훈은 아니다. 원년 챔피언의 관록이, 자존심이 호락호락한 패배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흑8로 건너붙였다. 승부수 발동이다. 이쯤 되면 오히려 마음의 평온을 얻는 쪽은 흑이다. ‘안 되면 말고'라는 이름의 신경안정제 효과다.

흑10과 18도 모두 승부수과에 속한다. 최후의 승부수.
박영훈은 이쯤에서 올인을 각오했다. 그런데 운명의 신은 박영훈의 간절한 기원을 외면했다. 그는 원성진에게 백19의 묘수를 허락한 것이다. 박영훈이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