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 3으로 슬쩍 뛰었다. 일견 허점이 많아 보인다. 두 팔은 밑으로 처져 가슴을 훤히 노출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철한은 못 볼 것을 보았다는 얼굴을 한 채 흑4로 딴전을 부렸다. 무슨 조화일까?

<복기1>의 흑1·3으로 막아 가면 어떻게 되나. 백은 6 하나를 단수치고 8로 진출로를 확보해야 한다. 흑은 9로 붙이고, 백이 10·12를 두는 동안 흑11·13으로 시원하게 중앙 빵따냄을 얻을 수 있다.

한여름의 수박 맛처럼 비할 데 없이 시원한 빵따냄 한 조각. 검토실에서는 그 누구도 ‘왜 최철한이 이렇게 두지 않았는지?'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은 이렇게 싸울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왕 나온 김에 <복기2> 하나를 더 보아 두자.
중앙 빵따냄을 당하기 싫어 백은 흑11의 단수에 12로 기어나올 수도 있겠다. 이렇게 되면 흑은 이제 13·15로 변을 두드려 막는다. 백은 16으로 살아야 하는데 모양이 갑갑하다.
흑으로서는 충분하게 싸울 수 있다. 이번에는 백이 복날에 집 안에 틀어박혀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운 형국이다. 보기만 해도 턱턱 숨이 막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