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의 불길은 우상부터 빠르게 번져나가기 시작한다.

상변의 싸움이 어렵다. 최철한도 이영구도 얼굴을 펴지 못하고 있다.

등짝으로는 한 줄기 차가운 땀이 흐를 것이다. 본능이 속삭이고 있다. 이런 곳에서 밀리는 자, 오늘 패배의 운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이영구의 백1이 날카롭다. 최철한은 두어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흑2로 늘었다. 백3에는 흑4로 다시 한번 인내한다.

〈복기1〉 흑1로 젖힐 수도 있다. 물론 백에게는 2로 끊는 강타가 준비돼 있다. 흑은 3·5로, 백도 4로 늘어 싸움의 형태를 갖춘다. 그리고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 복잡한 싸움이다.

흑18(8의 곳)을 본 이영구가 백19로 하나, 21로 또 하나를 끊더니 23(10 자리)으로 흑 한점을 잡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으레 받아줄 줄 알았던 흑이 돌연 24로 손을 빼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