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규의 별명은 ‘진노'이다. 크게 노함을 뜻하는 진노가 아니라 ‘진짜 노련하다'하여 진노. 물론 동료 기사들이 붙여준 별명이란다. 요즘 프로기사들은 작명 센스도 제법이다.

진노가 침중한 얼굴을 한 채 바둑판을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다. B조 본선리그 두 번째 판. 이미 조훈현 9단에게 1패를 당한지라 오늘 패하면 곱게 짐을 싸야 한다.

상대라 해서 발 뻗을 상황은 아니다. 천하의 이창호. 그러나 홍성지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1패를 안고 있다. 따라서 그 역시 오늘 힘을 다해 이 한 판에 몰입할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진노가 입술을 깨물었다.

초반은 자주 등장하는 포석이다. 백1의 갈라침에 흑2로 어깨짚기. 이후 백은 변의 집을 갖고 대신 흑에게 두터운 외곽을 허용했다.

< 복기1> 백4로 훌쩍 두 칸을 벌리는 수도 있다. 그러면 흑도 5로 뿌리를 내리게 된다. 요즘 이런 수법이 유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