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이다. 이론상으로는 물이 불을 능히 잡지만 불도 불 나름이다. 불에 따라서는 맹물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들이 있다. 오히려 뱀을 삼키는 황소개구리 같은 놈들도 세상에는 존재하는 것이다.

박영훈이 물이라면 루이나이웨이는 불이다. 박영훈이 균형과 조화를 꾀하며 그 균열의 미세한 틈을 승부의 밑천으로 삼는다면 루이는 ‘한방'이라는 좀더 둔탁하나, 확실한 길을 선호한다.

그런 만큼 오늘 바둑 흥행의 관건은 ‘한방'이 과연 언제쯤 터질 것이냐, 아니면 아예 불발로 끝나고 말 것이냐에 달렸다.

루이의 흑3이 새롭다. 신수는 아니지만 신선함이 담겼다. 요즘엔 주로 A로 두는 것이 대세다.

백4의 넉넉한 갈라침. 〈복기1〉의 백1 식으로 걸쳐 가면 흑에게 2와 같은 협공의 기회를 주게 된다. 이 수는 협공과 벌림의 양미(兩味)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