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하귀에서 전투가 한창이다.

송태곤이 엄지손가락으로 눈을 꾹꾹 눌렀다. 실내 조명이 복기를 하기엔 지나치게 밝았다. 어쩐지 마음이 허공에 뜬 기분이 들었다.

이럴 땐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그렇군.' 송태곤이 머리를 끄덕였다. 진 바둑을 복기할 때면 바다가 떠오르곤 했다. 이 바둑처럼 아쉬움이 지문처럼 남는 바둑의 경우엔 더욱 그랬다.

백이 2로 끊어 두고는 4로 붙여 변으로의 활로를 뚫으려 하고 있다. 흑5가 침착한 응수. 송태곤이 웃었다.

<복기1>의 흑1로 막으면 백은 2로 잇는다. 이때가 문제. 흑이 3으로 이으면 백은 4의 대세를 얻는다. 그렇다고 흑이 이 자리를 선점하면 백에게 3 자리를 끊기는 맛이 무척 나쁘다.

그래서 실전 흑7까지 늘고는 원하던 흑11을 차지했다. 여기서 잠깐. 백이 12로 따낸 수는 어떤가? 지금 꼭 이렇게 두어야 하는가?

송태곤이 <복기2>의 백1을 놓았다.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백이 손을 뺀다면? 흑2·4의 패로 버티는 수가 남는다. 물론 이 패를 흑이 이기려면 절대팻감이 3개 정도 있어야 하므로 당장은 할 수 없는 수. 그러나 맛은 확실히 남아 있다.

그래서 실전 백12를 두었다. 송태곤은 두터움의 힘을 믿었다.

<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