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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당시 느낌은 좋았다.'
송태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할수록 안타까움이 묻는 바둑이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바둑을 졌다.
송태곤은 낙관파에 속한다. 웬만하면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바둑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도 그렇다. 그래서 밝다.
바둑도 성격도 밝음의 지배를 받는다. 흑5 같은 행마는 배워둘 만하다. 프로들이야 쑥쑥 보이겠지만 아마추어들로서는 평소에 염두에 단단히 넣어두지 않으면 실전에서 좀처럼 손이 나오지 않는다.
실전 백14가 이상하다. <복기1>의 1로 먼저 젖히고 3으로 호구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다.
<복기2>처럼 백1로 젖혔을 때 흑2로 역공을 펴 온다면? 백은 3으로 잇고 흑4에는 백5로 충분하다. 백이 겁낼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역시 실전 백14는 바둑이 나쁘지 않다고 본 송태곤 특유의 낙관이 빚은, 몸조심의 얼굴을 한 완착이 아닌가 싶다. 생각에 빠져 있던 송태곤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곁에 누군가가 서 있다. 돌아보니 동료 L.
“송폭풍! 밥 안 먹나?”
“이것 좀 마저 놔 보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