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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 찬연한 컬러의 시대에 걸맞지 않게 블랙 앤 화이트의 세계에서 살고 있지.
사람들은 나와 함께 19로 반상의 숲길을 거닐어. 그리고 승부를 하지. 한 판의 바둑이 무르익고, 돌숲이 완성되어갈 즈음이면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갈리게 돼.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늘 편한 것만은 아니지. 하지만 그러니까 운명이잖아? 바꿀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거잖아?
오늘 나는 모처럼 검은 수트로 쫙 빼 입었어. 거울 앞에 서니 그럴싸 하더군. 그러고 보면 나도 남자는 남자야. 여인은 거울 앞에서 한숨을 쉬고, 남자는 만족의 미소를 짓지.
자, 이제 할 일을 해야지. 바둑이 시작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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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작고 단단한 육체에는 한 남자의 영혼이 깃들었지. 이영구. 일명 ‘록키의 눈'을 가진 승부사. 둥글고 큰 눈 안에 거친 승부사의 야성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사람이지. 매력이 있어.
“백군! 그 동안 잘 있었나?”
녀석, 모처럼 인사를 걸었는데 본 척도 안하네. 백1로 멀찌감치 걸쳐오는 품이 오늘 분위기가 꽤 썰렁할 것 같군.
흑2로 뒤쪽으로 다가섰다. <복기1> 흑1로 귀를 딱 굳혀버릴 수도 있지. 백은 2로 벌리고 흑3으로 뛰어드는 변화. 백4로 뚜껑을 덮으면 흑은 5, 7로 끼워 잇는다. 백12로 지키는 데까지, 이런 포석도 본 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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