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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2를 보고 조금 놀랐어. 원래는 한 칸 덜 뛰는 거거든. 아마도 A로 씌움을 당하는 게 싫었나보지. 하지만 저렇게 멀리 뛰면 아무래도 약점이 남게 돼. 나를 너무 우습게보고 있군.
일단 흑3으로 붙여보았다. 저 백2의 엷음은 추후에 충분히 응징해 주리라.
백4로 젖혔을 때 백5로 뛴 것이 회심의 수. 흑3으로 붙였을 때부터 봐 두고 있었다.
이런 수를 둘 때의 심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 절정의 카타르시스! 온 우주와의 황홀한 일체감! 바둑을 져도 좋다. 이런 수만 계속 둘 수 있다면.
본래 이런 모양에서는 <복기1> 흑1로 젖혀 패를 내는 것이 상식이다. 백2로 끊고 흑3으로 잡을 때 백6까지.
그런데 문제가 있어. 바둑이 아직 초반이라 팻감이 없거든. 이건 흑이 별 게 없는 모양. 따라서 실전 흑5가 좋은 수였다.
백은 <복기2> 1로 막고 싶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흑이 2 · 4로 끼워 이으면?
흑은 백 두 점을 잡고 기분 좋게 백진을 부쉈지만 백은 과연 무엇을 얻었지? 설상가상 외곽의 백은 눈 모양이 없어 굉장히 엷다고. 사실 흑이 끼워 이었을 때부터 백은 응수가 없었던 거야.
백12로 한 점을 잡는 데까지, 초반은 흑이 성공했지. 이거 기분 좋은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