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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시계가 서릿발처럼 시간을 새기고 있다. 곁눈으로 슬쩍 쳐다보더니 백이 1로 이었다.
중앙 싸움의 결과는 백이 괜찮다. 조훈현이 힘을 다해 이세돌을 몰아붙였다. 가공할 노장의 투혼이었다.
이세돌의 낯빛이 회색으로 가라앉아 있다. 자신이 이처럼 밀리게 되리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상대가 이창호를 꺾고 올라올 때 알아봤어야 했다. 상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익히 보고, 듣고, 공부해 왔던 것들. 식상할 정도로 대해 왔던 것이 오늘 기이하게 이세돌을 압박해 오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경이'였다.
백3에 흑은 본시 <복기1> 흑1로 귀를 지키는 것이 정수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겨를이 없다. 백2 정도로 씌우면 안의 흑이 지극히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실전 흑4로 두었다. 대신 백5를 허용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이세돌의 마음이 서늘해진다.
흑6으로 이을 때 백7. 이것으로 우하 방면의 흑은 거의 잡힌 모양이 됐다.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바둑은 백이 우세하다.
흑이 8로 나가 10으로 붙였다. 백은 11로 이을 수밖에 없다. <복기2> 백1로 나가는 수는 안 된다. 흑은 4 · 6을 선수한 뒤 8로 패를 들어올 것이다. 거꾸로 백이 걸려든다. 역전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