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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작했어?"
"지금 막."
그녀는 욕실에서 손을 씻고는 이내 소파로 와 내 곁에 앉았다. 흰 봉지 하나를 내민다. 들여다보니 도넛 몇 개가 들어있다.
"난 초콜릿 바른 거 안 좋아하잖아."
"그건 내가 먹을 거야."
흑돌 하나가 우상귀 소목에 놓이는 것을 곁눈질하며 부엌으로 가 커피를 끓였다. 그녀는 설탕 조금, 크림은 애당초 사양이다. 난 두 개 모두 풍성하게 넣는다.
뜨거운 커피 두 잔을 플라스틱 쟁반 위에 담아 내오는 동안 반상에는 겨우 다섯 개의 돌이 놓였을 뿐이다. 두 사람 모두 꽤 신중하다. 좌하귀 백의 3·三이 눈에 띈다.
"오랜 만이지? 3·三을 보는 것은."
그녀가 화면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녀는 바둑을 좋아한다. 가끔은 바둑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여겨지는 나 같은 부류조차 질투를 느끼게 할 정도로.
"이세돌이 백2로 갈라쳤군. <복기1> 백1 · 3처럼 두는 세력 바둑을 본 적이 있어. 하지만 지금은 곤란해."
"이유를 알 것 같아. 좌하귀 백△가 화점이 아닌 3·三에 놓여 있기 때문이지? 이 때문에 백은 모양을 펼치기가 부담스러운 거야."
솔직히 놀랐다. 그녀는 바둑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바둑을 보는 눈도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