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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는 조용히 커피와 도넛을 먹으며 바둑을 보았다.
한국물가정보배 결승3번기 그 첫 판. 이세돌과 이영구의 대결이다.
나는 이세돌을, 그녀는 이영구를 응원하고 있었다. 나는 이세돌의 바둑이 좋았고, 그녀는 이영구의 눈빛을 매력적이라 여겼다. 세상에는 프로기사를 좋아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이유란 것이 존재하는 법이다.
백이 1로 막자 흑은 볼 것 없다는 듯 2로 3·三을 파고들었다. 여기서 백은 5초의 고민이 필요하다. 이윽고 백3으로 막았다. 이렇게 된 이상 흑6까지는 필연이다.
흑은 귀를, 백은 바깥의 외세를 나누어 가졌다.
"난 바둑의 공평함이 좋아."
그녀가 불쑥 말을 꺼냈다. 나는 딸기 크림 도넛인줄 알고 베어 물었다가 초콜릿 도넛임을 알게 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바둑은 둘 다 가질 수가 없잖아. 하나를 갖고 싶으면 다른 하나는 상대에게 내 주어야 해."
옳은 얘기이다. 그것은 서로가 교대로 한 수씩 두어가는 턴 방식 게임의 특성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정석이 공평함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쪽이 세력을 원하면, 다른 한쪽은 실리를 갖게 된다. 한 수로 두 곳의 큰 자리를 차지할 수도 없다.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승패는 어김없이 갈리게 되는 게임. 승패를 가리기 위해 반집의 허상을 창조해낸 게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