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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1을 보고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앗! 이영구 파이팅!"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팬의 본질은 본래 순수함이 아닌가. 차가운 맥주 한 모금을 넘긴 뒤 <복기1>을 보여 주었다.
"좌상귀에는 백1로 젖히는 맛이 있어. 만약 백3이 선수만 될 수 있다면 백5에 둬서 '한 방'을 터뜨릴 수 있지."
"정말 그러네? 백5라니, 상상도 못 했어."
"문제는 백1 · 3에 흑이 안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야. 따라서 백도 함부로 결행할 수가 없지."
"수는 보이지만 부담이 크다는 거군?"
"왜 '시 또는 악보의 행간을 읽는다'란 말이 있지? 바둑에선 이런 경우에 어울릴 거야. 기보에 나타나지 않는 수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바둑을 보는 눈이 깊어지지."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보는 눈이 한결 깊어져 있었다.
우상귀를 일단락한 후 다시 백5로 침투. 이세돌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흑10이 따끔하다. 이런 수를 척척 던지는 것을 보면 확실히 오늘 이영구의 몸놀림이 가볍다.
<복기2> 백1로 곱게 이어줄 수는 없다. 흑2가 묘수. 이건 백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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